Life Style/Immigration

해외생활 경험담 - 일본 사람들

라이브러리 브랜드 2021. 9. 8. 09:23

해외생활 경험담, 일본 편

그동안 일본에서 살면서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일본 생활 동안에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한국에서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타국으로 떠나온 것은 미리 힘들 것을 각오했기 때문에 억울할 것도 없지만, 국민적인 감정이 충돌되는 나라에서 사는 것은 많은 우려를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의 생활은 좋은 경험이 많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한국 생활과는 너무 다른 것들이 많았다. 사소한 것부터 적어도 한국에서 내가 지냈던 아파트나 오피스텔, 원룸과 비교했을 때의 생활 동선이나 지역문화의 차이는 재밌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한국에서 살아갈 때도 일을 굉장히 좋아하고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다곤 말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서울에서는 대부분의 동네를 넘어가 봤을 만큼 행동력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경험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거주지의 이동

지방에서 상경했던 그 마음보다, 한국에서 타국으로 떠나는 그 마음이 훨씬 불안하고 막막했다. 무엇보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굉장한 장애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생활은 정말 배울 점이 많았다. 일본 유학이나 일본 여행을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잠깐 지내기엔 좋지만, 오래 머무르기엔 좋지 않은 곳이 일본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내가 경험하고 느끼기엔 개인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단지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알고 논쟁하는 이야기들이 아니라 애초에 타국 생활의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일본이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한국 생활에서의 편의성이 타국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것은 곧 배움의 부재로 인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여행이나 유학생활과는 또 다른 생활

별다른 목적 없이 일본이라는 나라의 한 지역에 뚝 떨어졌다면 처음에는 너무 막막한 느낌이 들 수 있다. 히라가나도 제대로 못쓰는 상태에서 말이다. 마치, 인생을 새롭게 써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어린아이라면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하기엔 너무 커버린 나였다. 한국의 식습관과 문화, 사고방식과 가치관, 상식 등을 가지고 다른 나라에 와서 생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말로는 표현하지 못한 순간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거기서부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문제라고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려고 했다면 타국 생활이 조금 더 신비롭게 보일 수 있다. 한국에서 생활할 때도 많은 사람들에게 "참, 독특한 사람이야."라는 말을 들어도 어느 정도까지 타인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독특함이었다면 이곳에서는 철저하게 나라는 사람은 이방인이자, 정말 독특함을 넘어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 자신이 그렇게 인식되면 나의 평판은 낮아지고 살아남을 가능성이 적어진다. 제대로 된 거주지를 구하는 것도 어렵게 될지도 모른다. 교통을 이용할 수 없고 물건을 사기가 제한적이며, 다양한 편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은 마치 모든 인생이 리셋되고 새롭게 살아가야 하는 막막함으로 다가왔다.

나는 일본의 여행지나 한국 사람들이 자주 가는 신오쿠보가 아닌, 한국 사람들은 보기 힘들지만 그래도 꽤나 주요 도시인 곳에서 살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부산이나 서울과 같은 지역의 외곽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잘 살고 있고, 살아가면서 조금씩 재미를 찾아가는 중이다. 택배나 우편물을 받는 것에도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의 비참함을 헤아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컴퓨터가 손에 들려있지 않은 나에게는 절망 그 자체였다.

이제는 다른 사람보다 돈을 조금 더 벌고 있을진 몰라도 나의 사회성은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시기적인 상황들과 맞물려, 분명 새롭게 생각해야 하는 것들이 더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연락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일,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아다니거나 또 다른 시도를 하는 것들, 계속해서 글을 쓰면서 같은 커뮤니티에 귀속되거나 자신의 평판을 올리는 일, 취미를 배워 매력을 올리거나 외모를 가꾸는 일 등 조금 더 나은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들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내가 일본에서 할 수 있는 것들과 일본에서 하기에 좋은 평가를 받는 것들을 골라내야만 하는 과정이 남아있다.

마스크를 쓴 스머프 인간들

한국이나 일본이나,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다닐 것이다. 마스크를 쓰게 되면 사람의 얼굴을 가리게 되고 표정을 읽기가 어려워진다. 그렇게 되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고 쉽게 다가가기 어렵게 된다. 마스크를 쓴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게 어려워지다 보니 사람을 신뢰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사람을 신뢰하기 어려워지면 어떻게 될까? 비대면 서비스가 발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믿지 않으니, 사람이 개발한 서비스에 신뢰를 옮기는 것이다. 새로운 서비스는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 사람이 사람을 설득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용이하다. 많은 사람들에겐 말뿐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의문을 남기기 마련이다. 적어도 작은 비즈니스로부터 사람이 사람들 설득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말과 동시에 표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더 서로를 불신하게 됐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보면 한국 사람이나 중국 사람, 일본 사람 모두 같아 보인다. 즉, 어쩌면 언어의 문제가 아닌 마음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간단한 언어는 배우면 그만이지만, 이제는 어떤 인사도 타인에게 건넬 필요가 없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일본 문화와 한국 사람

한국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보다 당연히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이 더 많다. 저 사람은 상냥하다던가, 외모가 괜찮다던가, 일을 잘하거나 돈을 잘 버는 것 같으면 꼭 일본이 아니더라도 어느 곳을 가도 긍정적인 경험을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남자는 한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가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즉, 경제력과 아우라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몸을 키우거나 단백질을 섭취하는 방법, 단순히 피부를 관리하는 것보다 몸 전체를 정돈하는 느낌으로 깔끔한 인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좋다. 굳이 말을 많이 할 필요는 없으나, 목소리는 위엄이 있을수록 좋다. 위엄 있는 목소리는 힘이 느껴지고 끝맺음이 깔끔하다. 그리고 어렵지 않은 단어를 서술하며, 대화하는 상대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서술이어야 한다.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았던 영어

상점을 이용할 때, 겉으로 보기엔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의 외모가 크게 차이 나지 않기 때문에 일본어가 서툴다면 생활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일본 생활 초기엔 일본 회화를 할 줄 모르기 때문에 대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여전히 어려움을 느끼곤 있지만, 생활하면서 직접 상점에 가는 것보다 다른 방법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 문제는 골치 아픈 문제는 아니게 되었지만, 당연히 일본어로 말할 수 없으니까 영어를 써도 한국 영어와 일본 영어의 발음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화가 될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고 말할 순 없어도 이해할 순 있기 때문에 나의 의도를 정확하게 말할 순 있지만, 일본 생활을 하면서 영어로 대화하는 것은 이마저도 어려웠다. 내가 지금까지 외우며 공부했던 영어단어들이 아무런 쓸모가 없음을 느낄 때, 그때 느꼈던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개성이 존중받는 세상

한국보다 실망한 점도 많이 있고 불평도 느꼈지만, 한국과 일본 생활에서 결코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개성이었다. 전체주의이자, 혼네와 다테마에가 남아있는 일본 사람들에게 어떻게 타인의 개성이 존중받을 수 있는지 사실 이해가 안 갔다. 물론, 내가 무엇을 하든지 피해만 안 주면 괜찮겠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를 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개성을 숨기는 것이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로 일본의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저렇게 하고 다녀도 돼?"라고 몇 번이나 말할 정도로 놀라운 광경들이 펼쳐졌다. 도저히, 패션이라고 봐주기 어려울 정도로 형형색색의 물건들을 몸에 치장하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사람뿐만 아니라, 종종 거리의 풍경이나 건물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 마주칠 때마다 한국과 일본의 정서가 얼마나 다른지 체감하게 된다.

한국과 일본은 바로 옆나라지만, 너무나 먼 나라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하지만 대부분은 일본의 진짜 색을 보지 못하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