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을 주지 못한 사람
가장 먼저, 내 마음이 이러하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거나 아끼는 사람이 나를 믿지 못하거나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마음은 순간 무너져버린다. 아무리 강한 사람도 소중한 사람이 떠나가거나 나를 포기한다고 생각하면 스스로를 탓하게 될 것이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때론 운이 따르지 않거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
나에게 기대한 만큼 그 시간에 내가 해결하지 못했다면 결과적으로 나는 실패한 것이 돼버린다. 내 인생에 대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시간은 언제든지 있지만 다른 사람은 아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기대할 때는 마감기한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정말 놀랍게도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실수도 했다. 완벽하게 하지 못했고 때론 성급하게 판단했던 적도 있었다. 마지막을 준비해야 한다. 기약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중이라는 말은 그저 지금을 자연스럽게 피하기 위한 핑계일 뿐, 그 본질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스스로가 '나중에'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누군가에게 '기다려달라'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큰 모순인지를 깨달았어야 했다. 그러니, 내가 누군가에게 기대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를 조급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행복한 순간은 있었어도 평생의 시간들은 불행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조금만 더 잘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손에 잡히지 않아 답답한 마음을 누구에게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강해져야 했던 시간이 오늘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누군가를 믿어도 누군가는 날 믿지 않는다.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