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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종현 푸른밤 마지막방송, 그리고 유서

Media/Youtube
2020. 6. 2. 05:02

故종현 푸른밤 마지막방송, 그리고 유서

 

종현 유서 전문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날 미워했다. 


끊기는 기억을 붙들고 아무리 정신 차리라고 소리쳐봐도 답은 없었다.


막히는 숨을 틔워줄 수 없다면 차라리 멈추는 게 나아. 


날 책임질 수 있는 건 누구인지 물었다.


너뿐이야.


난 오롯이 혼자였다.


끝낸다는 말은 쉽다.


끝내기는 어렵다.


그 어려움에 여태껏 살았다. 


도망치고 싶은 거라 했다. 


맞아. 난 도망치고 싶었어. 


나에게서. 


너에게서.


거기 누구냐고 물었다. 나라고 했다. 또 나라고 했다. 그리고 또 나라고 했다.


왜 자꾸만 기억을 잃냐 했다. 성격 탓이란다. 그렇군요. 결국엔 다 내탓이군요.


눈치채주길 바랐지만 아무도 몰랐다. 날 만난 적 없으니 내가 있는지도 모르는 게 당연해.


왜 사느냐 물었다. 그냥. 그냥. 다들 그냥 산단다.


왜 죽느냐 물으면 지쳤다 하겠다.


시달리고 고민했다. 지겨운 통증들을 환희로 바꾸는 법은 배운 적도 없었다.


통증은 통증일 뿐이다. 


그러지 말라고 날 다그쳤다.


왜요? 난 왜 내 마음대로 끝도 못 맺게 해요?


왜 아픈지를 찾으라 했다.


너무 잘 알고있다. 난 나 때문에 아프다. 전부 다 내 탓이고 내가 못나서야.


선생님 이말이 듣고싶었나요?


아뇨. 난 잘못한 게 없어요. 


조근한 목소리로 내성격을 탓할때 의사 참 쉽다 생각했다.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신기한 노릇이다.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나보다 약한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아닌가보다. 살아있는 사람 중에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고 나보다 약한 사람은 없다.


그래도 살으라고 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수백 번 물어봐도 날 위해서는 아니다. 널 위해서다. 


날 위하고 싶었다.


제발 모르는 소리 좀 하지 말아요.


왜 힘든지를 찾으라니. 몇 번이나 얘기해 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그걸로는 이만큼 힘들면 안 되는 거야? 더 구체적인 드라마가 있어야 하는 거야? 좀 더 사연이 있었으면 하는 거야? 


이미 이야기했잖아. 혹시 흘려들은 거 아니야? 이겨낼 수 있는 건 흉터로 남지 않아. 


세상과 부딪히는 건 내 몫이 아니었나 봐.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 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 게 용하지.


무슨 말을 더해.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수고했어.


정말 고생했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