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흔의 연대기
서른넷. 시간의 풍화작용은 영혼의 지층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켜켜이 쌓인 기억의 퇴적층 아래, 억겁의 시간이 웅크리고 있다. 삶이라는 거대한 화로는 끊임없이 불타고, 그 속에서 우리는 단련된다. 혹은, 재로 스러지기도 한다. 한 번도 온전히 따뜻했던 적 없는 날들. 어둠 속에서 홀로 웅크린 시간들. 날카로운 바람이 스치는 텅 빈 벌판을 홀로 걸어온 시간들. 그 모든 시간이, 지금의 나를 빚었다.어린 날의 기억은 희미한 수묵화처럼 번져 있다.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눈동자는, 거대한 세상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세상이라는 미로 속에서 길을 잃고, 넘어지고, 부딪히며, 우리는 성장이라는 이름의 상처를 새겼다. 그 상처들은 아물지 않고, 영원히 우리 안에 남아, 삶의 지도를 그린다. 때로는 그 지도가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