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꾼

마음이 조급해질 때는 편한 마음으로 게임을 할 수가 없다. 돈이 아니라, 게임 포인트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가볍고 정확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개인이 기관보다 시장에서 유리한 점은 바로 시간이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만 하는데, 가끔 조급한 마음 때문에 너무 일찍 포지션을 진입하거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치곤 한다.

그렇게 매력적인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돈을 잃곤 한다. 오히려, 돈이 급하지 않을 때 너무나도 게임은 쉬웠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저렇게 포지션을 바꾸거나 종목을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에게 어울리는 옷은 데이가 아니라 스윙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멀리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기대하는 것보다 속도가 느리고, 기대하지 않을 때는 속도가 빠르다. 기다리고 있을 때는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결국 포기하고 돌아서면 이내 시장은 움직였다. 항상 예측은 잘했지만 내가 인내심이 부족하거나 혹은 너무 조급한 나머지 불리한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타인을 헤아린다는 마음 때문에 정작 내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은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이제는 다시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스피나 나스닥도 정작 제멋대로 움직이지만, 코인시장 역시도 충분히 제멋대로 움직인다. 정작 이 게임을 즐기지 못하고 있었던 건, 나 스스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