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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아르바이트 처음할 때의 경험담

놀랍게도 나는 살면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몇 번 했다. 하는 짓만 보면 알바는커녕 일도 별로 안 해봤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많은 일을 했고 회사에서 살듯이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20대는 사무실에서 살았던 기억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물론, 후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잘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집이 사무실처럼 되었지만, 집은 집이고 사무실은 사무실이다. 그 불편하고 피로한 분위기가 아직까지도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렇게 사무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기 이전에는 카페 아르바이트가 있었다.

나는 지방에 살다가 서울로 올라왔을 때, 가장 먼저 일했던 곳이 카페였다. 그때는 생활비도 없어서 정말 많은 고생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내가 일했던 곳은 참 형편없었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는 이유는, 세상에는 참 괜찮은 사람은 많지 않다는 생각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보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의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카페 알바 이야기

카페 아르바이트는 커피를 다루고 손님의 주문을 받기 때문에 뭔가 로망이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나는 꽤 오랫동안 카페 알바를 했는데, 일단 대부분의 카페는 시급이 매우 적다. 이는 경력직이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점장이거나 이런 경우에는 꽤 괜찮은 임금을 받을 순 있겠지만, 결코 평생직장으로 적합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도 카페 아르바이트는 참 재밌게 했던 것 같다. 커피에 대해서 에소프레소 만큼의 지식은 얻게 된 것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얼마나 가성비가 좋은 음료인지, 스무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카페에 오는 손님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등등 세상에 대해 조금 알게 된 시간들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세상을 알아갈 기회는 충분하다.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면 굳이 카페 아르바이트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일단, 별의별 진상을 만나는 경우가 많으며, 생각보다 그리 멋진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1. 프랜차이즈 카페 아르바이트 탐앤탐스

즉, 바리스타 처럼 낭만적이게 일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프랜차이즈 카페 아르바이트는 피하는 것이 맞다. 개인 카페 위주로 카페 아르바이트를 찾아보는 것이 비교적 여유롭고 수월하게 일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에서 일을 했다. 첫 번째는 탐앤탐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오픈 타임과 마감 타임 모두 일을 해봤다. 마감 시간대의 프랜차이즈 카페는 정말 최악이었다. 일이 힘든 것은 큰 문제가 안됐는데, 정말 진상들도 많았고 점장도 마음에 안 들었다. 그때 그 시간을 현실적으로 묘사해보자면, 그때 남성 직원은 나 혼자뿐이었는데, 대부분 더럽고 힘든 일은 거의 다 내가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얼마나 차별이었는지를 이제야 느끼게 된 것이다.

그래도 프랜차이즈 카페에 일하면서 오히려 매운 맛을 먼저 경험했기 때문에 이후에 다른 카페에서 일을 할 때는 조금 더 능숙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다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할 것 같다. 급여도 적을뿐더러 바쁠 때는 엄청 바쁘고, 온갖 잡일 투성이에 낭만이란 것은 찾을 수 없으니 말이다. 대부분의 일이 그렇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카페 아르바이트는 결코 낭만스럽지 못하다. 이런 착각 때문에 새롭게 카페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금방 나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

탐앤탐스에서는 커피에 휘핑크림을 넣거나 시나몬 가루를 넣을 때도 정량에 맞춰서 넣는 연습을 많이 해야한다. 이것은 다른 카페 아르바이트도 비슷할 거라 생각하지만, 조금이라도 재료가 많이 들어가면 크게 혼이 난다. 허니브레드 같은 경우에는 냉동된 것을 그대로 전자레인지 같은 것에 넣으면 바로 만들어진다. 거기에 허니 시럽 등을 올려주면 매우 맛있는 허니브레드가 된다. 생각보다 레시피는 어렵지 않고, 어쩌면 엄청 단순한데, 일을 새롭게 배운다면 특유의 긴장감 때문에 자꾸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잘 만나야 한다는 것을 몇 번이나 강조하고 싶다.

2. 롯데시네마 내 카페 아르바이트

이 아르바이트는 정말 최악이었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커피만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스무디, 아이스크림, 츄러스 등 다양한 것들을 팔고 있었는데, 설거지를 하거나 카페 내부를 청소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렇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갑자기 몰려드는 주문이다. 영화관 내 카페 특성상 손님이 한 번에 몰려온다. 만약, 내가 이전에 카페 아르바이트 경험이 없었다면 아마 금방 나가떨어졌을 거라고 장담한다.

아르바이트뿐만 아니라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할 때도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세상엔 불친절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적어도 열정만큼은 지금보다 훨씬 많았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성격은 아마 그때 다 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손님을 상대하는 것보다 재료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레시피의 경우에는 처음에 모두 외우기 힘들기 때문에 익숙한 레시피부터 배우는 것이 좋다. 미리 재료를 가지고 레시피 연습을 하면 더 쉽게 외울 수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은 복사본에 적힌 레시피만을 보고 외우라고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아무리 레시피로 만든다고 할지라도 엄밀히 말하면 요리이기 때문에 익숙해져야 하는 기간이 필요한데, 막상 일을 하게 되면 그런 여유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만약, 내가 다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면 비교적 조용한 동네에서 개인 카페에서 일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 같다. 내 경우에는 하필이면 사람이 많은 지역에서 정말 바쁘게 일을 했기 때문에 많이 배운 것들도 많지만, 굳이 카페 일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일보다 결코 쉬운 것도 아니고, 온갖 더러운 경험도 많이 하게 된다. 그렇다고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지만, 카페 알바도 결코 쉽게 보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급도 거의 최저임금 수준으로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험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카페 아르바이트는 말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