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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동미참 2차 보충훈련] 4일 간의 예비군, 그리고 또 훈련

동미참 2차 보충훈련

연이어 예비군 훈련이 나왔다. 지난 주에 4일 간의 예비군 훈련을 모두 맞췄다.

원래는 작년에 받았어야 했고 올해부터는 받지 말았어야 했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연기하고 또 연기해서 마지막 기회에 훈련을 이수한 것이다. 그리고 곧 1일 훈련을 배정받아 다음주에도 같은 훈련소를 방문해야한다. 예비군 훈련은 나름대로 재밌었다. 짧은 인연이었지만 친절한 사람들도 만났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훈련기간 내내 담배를 평소보다 두 배는 넘게 핀 것 같지만 그래도 이전에 다녀왔던 훈련보다 훨씬 보람차게 시간을 보냈다. 다만, 마지막 날에는 날씨가 갑작스레 더워져서 훈련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두통이 생기곤 했다. 그리고 나 같은 경우에는 이 시간 동안에 일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타격이 굉장히 컸다. 다른 의미로 최악의 6월을 보낸 셈이다.

나는 군대를 좋아한다. 막상 군생활을 할 때는 훈련보다도 다른 것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훈련을 하고 나면 개운하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정말 최악이고 비상적인 일들이 행해지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 상식이라는 것도 참 모순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비상식적인 것들도 그러려니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는 정의의 사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하는 행동도 잘 살펴보면 막상 말이 안되는 것들 투성이니 말이다.

원래는 예비군 훈련이 조금 부끄럽게 느껴져서 이런 글은 안쓰려고 했다. 그렇지만, 의외로 예비군 훈련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겠지, 매일 출퇴근을 하고 누구는 가정에, 누구는 취업에 인생을 건 사람들이 예비군이라는 뜻 밖의 복병을 만나게 되면 굉장히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아니까 말이다.

여전히 예비군 훈련은 재미가 없었고 훈련들을 나름대로 잘 이수하긴 했지만, 전혀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다. 이전보다 도시락은 훨씬 맛있어졌지만 교통비도 안나오는 예비군 훈련비는 무슨 생각으로 지급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최저임금보다도 못한 훈련비, 그 시간 동안에 하루를 뭔가를 하며 보냈다면 훨씬 가치있는 일을 할 것이다. 무슨 또 불편한 사람들이 찾아와서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게 그렇게 못마땅한가'라고 말한다면 이 이야기는 대부분의 예비군이라면 동감할 것이고, 군생활을 해봤다면 더더욱 이해가 될 것이고 직접 느껴봐야만 아는 감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애국심을 가지고 입대를 했더니, 애국심을 버리고 전역을 하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나는 여전히 애국심도 있고 나라를 사랑하지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결코 하기 싫다. 요즘 들어 더 그렇다.

폐단 적폐나 부패가 여전하고 말 그대로 썩어빠진 나라이기에, 뭔가를 나서는 것은 오히려 돌맞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치 얘기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다. 진짜, 나는 여전히 똑같은 생각이다. '그 놈이 그 놈이라고, 차악은 없다'고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다.

 

예비군의 끝

아직 군복을 박스에 담기 전 까지는 그래도 몇 번 더 가긴 해야하지만, 이제 지긋지긋한 예비군도 거의 끝나간다. 이 예비군 때문에 나는 알게모르게 고통을 받았다. 사람마다 여건과 환경이 모두 다르고 항상 여러 지역을 이사했던 나로서는 예비군을 가기 위해서 한 주를 빼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혀 후련한 마음도 들지 않는다. 그저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여러 곳의 훈련소를 가봤기 때문에 알겠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훈련 내용은 다 비슷비슷하다. 결국 고생하는 건 분대장과 부분대장이고, 훈련은 종합전술훈련이나 목진지전투 등과 같은 매우 형식적인 훈련만 있을 뿐이다. 산에 위치한 훈련소라면 산 타기가 가장 큰 난이도가 될 것이고, 겨울보다는 여름이 좋고 여름보다는 비 오는 날이 좋다. 비 오는 날의 경우에는 실내 훈련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여름에 훈련을 받아야 한다면 온도 30도 이상, 자외선 지수가 최상일 때 훈련을 수행하게 되면 실내 훈련으로 빠지게 된다. 조기퇴소의 경우에는 사실상의 운이라서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30% 성적 우수 분대가 조기퇴소를 하게 되는데, 빨라봐야 4시이고, 중간이라면 그마저도 앞 분대의 순서를 기다렸다가 퇴소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차례대로 훈련퇴소를 하는 것이다. 팀원도 중요한데, 만약 첫 날 훈련을 잘 받았다면 요즘에는 같이 훈련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서 내일 똑같은 시간에 만나서 같이 훈련을 받으면 덜 어색하고 훈련도 능숙하게 받을 수 있다.

이번 4일 간 훈련도 나 역시 그랬다. 사람들과 이야기도 많이했고 다른 분대에 비해서 서로 존중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단톡방을 만들어서 4일 동안 같이 훈련을 받았다.

 

동미참 2차 보충 훈련

훈련은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뉜다. 그리고 동미참은 1년차부터 4년차까지 하고 18년도부터 4일동안 훈련으로 변경됐다. 그야말로 지루하다. 2차 보충 훈련 전까지는 별 말없이 무단불참해도 자동연기가 된다. 하지만, 2차 보충훈련은 불참하는 경우 바로 벌금형을 때려버리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방문하거나 조건에 맞는 서류를 제출해서 연기를 해야한다.

예비군훈련 연기에 대한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가장 쉬운 것은 자격증 연기방법이거나 혹은 직장 내 업무를 사유로 연기를 해야한다. 예비군 사이트에서 연기가 가능하고 궁금한 것은 전화해서 상담을 하는 것이 빠르다. 팩스가 있어야 하고 처리도 생각보다 빠르다. 그러나 조건이 의외로 까다로운 경우가 있다.

나의 경우에는 이전까지 연기를 참 많이 했고 한번에 몰아 받는 형식으로 훈련을 했기 때문에 굉장히 격렬하게 기억에 남았다. 이번에도 일주일 차이로 총 5일 동안의 훈련을 수료하게 되는 것 만큼 한번 훈련을 받을 때 굉장히 익숙하게 훈련을 하곤 한다. 오히려 주기적으로 가는 것 보다 한번에 가는 것이 훈련 면에 있어서는 효율이 더 좋은 것 같다.

 

전쟁 시 전투 방식

필자는 전쟁 영화를 참 좋아한다. 보지 않은 전쟁영화가 없을 정도로 대부분 명작이라 불릴만한 전쟁영화는 거의 다 챙겨본 것 같다. 그리고 예비군 훈련 방식이 과연 현대전에 적합한 훈련인가 라는 의구심을 품게 되었는데, 사실상 현대적은 핵폭탄 하나면 도시가 쑥대밭이요, 전쟁은 종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육군이 필요없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과거와 달라졌다는 얘기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대화 무기들과 폭격기 등이 한번 휩쓸고 난 자리는 그야말로 폐허가 된다. 최근에는 저격수에 관한 영화를 한 편 봤고 강제로 징집되는 병사들의 침울한 마음에 공감이 가기도 했다. 즉, '고기방패'라는 것이다.

죽고 사는 것은 운이고, 총알이 나를 비켜갈지 내 머리를 관통하게 될 지는 그저 운을 믿을 수 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그게 육군의 숙명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되지만, 누구나 알아도 전쟁은 막을 수 없는 것이 전쟁이다. 생각해보면 학교수업을 통해 배웠던 수많은 철학가들과 몽상가들, 계몽주의자들이 어떻게 처형을 당했는지 조금 이해가 되곤 했다.

말이 맞고 틀리고는 의미가 없다. 권력에서는 승자가 남을 뿐이다. 그리고 그 승자에 의해서 역사가 다시 쓰여지는 것이다. 나는 종종 한국사람들이 마치 천사의 가호가 나라를 비호해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지지만, 오히려 나는 그런 점이 사람들을 안전불감증이나 방심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지금의 예비군이라면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남북이 여러 번의 협정과 남한의 대북지원, 평화분위기 조성 등 현 정권이 북한에 애정을 쏟고 있는데, 북한을 주적이라 배우는 軍 그리고 예비군 훈련소에 가게 되면 굳이 예비군을 가야 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니, 애초에 징병제를 할 필요가 있나 싶다. 현 정권이 북한을 아군으로 여기고 지원해야 할 나라로 여기는 데 말이다! 그렇다면, 군대에서는 북한을 주적이 아니라 혈맹관계요, 옛 동포이자 한민족 이라 정정하고 다시 사상교육을 해야한다.

군대를 전역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군대에서는 사상교육을 정말 많이 한다. 정말 다양한 부분에 대한 사상교육, 정신교육을 많이 하는데, 군통수권자부터 다 '비상식적'이라는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했지만, 나는 이 비상적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내가 모르는 연결고리가 있다 생각하며, 핵심적인 것은 일반 병사, 하위 간부들은 그저 '고기방패'나 '꼭두각시'가 될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군에 대한 충성과 애국심을 느끼는 것은 저마다 다르지만, 나는 애국심은 남아두되, 충성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의 예비군은 끝나가지만, 앞으로 예비군에 가게 될 사람들과 우리나라의 군대가 자랑스러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예비군 혹은 군인이 조롱받는 존재가 아닌 존경받는 사람들의 의식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군의 필요를 못느낀다면, 차라리 군이 아예 해체를 해서 군을 조롱했던 사람들 먼저 적국에 잡혀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