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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冬)이 오고있다.

새벽 바람은 날카롭기만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겨울이 좋으면서도 무섭다. 날카로운 바람은 내 심장을 찌르고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겨울은 다른 계절보다도 항상 기억에 오래남아, 매년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곤 했다. 겨울에 모든 것을 잃고, 겨울에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할 수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많은 것들이 다르다. 대학을 제대로 졸업하지도 못했고 이력서 한 장 제대로 써본 적이 없으며, 가난에 목매어 속으로 울음을 삼켜냈던 기억들이 거창한 훈장이 되진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소소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으며, 나이 어린 사람은 뭇 자랑질을 할 사람도, 만날 사람도 마땅치 않다. 학창시절의 인기는 찰나였고, 내가 욕심을 냈던 지식들은 태어날 때부터 내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었던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우스꽝스럽게도 우주와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공부를 잘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과학만큼은 정말 진심으로 좋아했다. 해가 뜨고, 해가 지고, 광활한 우주에 아주 작은 존재인 사람과 그보다 훨씬 짧은 인생을 살아가는 나의 사랑스러운 강아지들과 그리고 나보다 더 앞서 과거를 경험했던 나의 부모님들까지 그것은 나의 그리움의 대상이었으며, 미래의 불안이었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 나는 결코 세상을 잡을 수 없다. 처음에는 의심이었으나, 어느순간부터는 그것이 확신으로 이어졌다. 자신감이 없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능력과 재능을 지녔고, 그것으로 오랜 가난을 탈피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이전보다는 훨씬 넉넉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과거의 경험이 나를 검소하게 만들었다. 소비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만나는 사람도 최소한이다보니, 생활이 단조로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나마 요즘에는 전문성을 목표로 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으려 노력하고 기술의 숙달을 가까운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

바라고 있는 게 있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내가 바라고자 했던 미래는 행복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행복이라는 것은 막연한 것, 그것은 봄이 아니라는 것,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도 아니고 행복한 것은 환상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재밌는 것들을 보고 잠깐 웃어넘기고는 또 오랜 침묵을 지키며, 오랜 시간동안 혼자서 생각하면서 뭔가를 해야만 한다. 그 오랜 시간, 어쩌면 숙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오랜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홀로 지켜야 했다.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모든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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