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아닌 일을 하다가 오랜만의 아침 목욕을 하려고 기다리는 중이다. 물을 받는 시간까지 약 15분이 걸리니, 그 시간 동안에 잠깐 이렇게 글을 남기려고 한다. 그렇다. 나는 매일매일 달라지는 중이다. 티는 안 나지만, 나는 내가 매일 무언가를 하고 살아가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매일을 기록하면서 아주 조금씩, 천천히 달라지고 있는 중이다.
어릴 때의 멋진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아주 약간의 성숙미(成熟美)는 느껴질까. 나의 글들이 의미를 갖게되는 순간이 오게 될까 하는 생각도 있다. 어쩌면 그 시간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이 의미 없는 글을 쓰면서, 나는 좀처럼 느끼지 못하는 안식을 느끼는 것도 있다. 그래서 나에겐 의미 있는 행동이다.
목욕을 하면서 오랜 피로를 한츰 가라앉히고 약간의 피로를 해소한 다음에는 또 정리되지 않는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오늘 하루를 보낼 것이라는 걸 안다. 다른 사람의 의뢰에 따라 일을 하는 것은 여간 피곤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회사를 다니면서 일을 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을 안다. 내가 일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누구보다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모순 때문에 나는 회사에 가는 것은 부적합하다. 회사를 다니게 되면 이렇게 아침 목욕도 하지 못할 것이고, 하루에 열다섯 시간씩 마음껏 일을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일이라는 것은 즐거워야 하는 것, 사람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때로는 귀찮은 일을 하면서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마음이라도 그 과정이 지나고 나면 조금은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제 밤에는 비가 약간 내렸다. 나는 매일 새벽을 보내는데, 라면이 먹고 싶어 지기도 한다. 매콤한 음식을 먹고 싶다가도 너무 과하게 먹으면 또 후회하기 마련이다. 목욕을 하면서 오늘 하루를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며,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해결하고 난 후에는 내가 과연 만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겠다. 오랜만의 아침 목욕은 내가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이지만, 생각을 하는 시간이고, 또 온전히 생각에 빠져서 다른 계획을 세우는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여전히 나는 밀린 숙제가 많은 사람이기에 다른 사람처럼 여가를 즐기기도,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도 여전히 부담스럽다.
돈이 문제일 수도 있고, 시간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나의 부족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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