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의 책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세상은 너무나 가벼워, 이렇게 글을 쉽게 쓰지만 내 마음은 결코 가볍지가 않았습니다. 어쩌면, 아무 의미가 없는 글일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세상이 있다는 순간이 어린애처럼 즐겁기만 합니다. 때로는 나라는 사람을 잊어버릴까 봐 손을 놓았다, 다시 들었다. 그러다가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릇
결코 거짓을 담을 수 없는 그릇이기에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것이겠지요. 글 한자, 한자 옮겨 적는 것이 더디기만 합니다. 처음에는 몸이 굳는지만 알았는데, 어느새 내가 잊혀 간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젊은 날은 흘러만 가는데, 온전히 나의 것이 없다는 서러움에 복받쳐 다시 한번 용기를 내는 것이겠지요. 차가운 바람은 내 마음을 거칠게 두들깁니다. 창문을 넘어 어둠이 깔린 골목을 바라보면 나를 바라보는 어두운 눈들이 깜빡이는 것만 같습니다. 오늘은 어느 날 보다도 내 마음이 슬프고 부끄러워져만 갔습니다.
질문
내가 태어난 이유를 맑은 눈으로 세상을 둘러봐도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내게 스스로 질문을 던졌지요. 예, 던졌습니다. 너는 무엇이고, 왜 순간을 살아가고 있느냐고 물어봤습니다.
생각을 하고 또 하더라도 답은 찾을 수 없겠지요.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은 고달프기만 합니다. 때로는 의미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을 반복해야만 합니다. 언젠가 사라질 글들을 또다시 반복해서 쓰겠지요.
누군가에게 읽히지 않을 글들을 의미 없이 써나가겠지요. 유치하기만 한 글을 써 내려가며 나의 글을 위로해줄 누군가가 있기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사람에게 위로를 받고, 글은 글로써 위로를 받는다 하면, 그렇습니다. 나는 또 옮겨 적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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