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고 일본에 와서 일본 생활에 정착하고 여러 가지 일을 정리하느라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 시간 동안에 나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아마도 언어의 벽일 것이다.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나는 아직까지도 일본어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일본에서 학원을 다니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면, 아니 적어도 습관이라도 들였다면 조금이라도 일본어를 수월하게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일본어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마저 들었다.
혼자서 지하철을 타는 것도 어렵고 마트에서 계산하는 것도 어렵다. 물론, 편의점은 가능하긴 하지만, 뭐랄까… 조금 대화가 길어지면 뭔가 막연한 두려움이 다가오는 듯하다.
아마도, 일본 생활에서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은 좌절감이었을 거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을 시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잘하는 것은 따로 있는데,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비자를 연장하고 집에서 먹을 반찬을 사는 순간까지도 나는 매 순간 시험을 보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겐 쉬운 일이 내겐 너무 어려웠다. 여전히 언어는 어렵고, 친숙해지기 위해서 나름대로 갖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방법이나 노하우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다른 사람들의 좋은 방법이 내겐 잘 적용되지 않는다. 내가 일본 생활이 아니라 다른 나라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일본 생활을 하다 보면 같은 동양인이기 때문에 얼굴도 비슷해 보이고, 내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매번 알려야만 그다음을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존하기 위한 언어 습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어를 공부하는 것은 한자도 역시 함께 공부해야 해서 정말 읽기가 너무 어렵다. 히라가나, 가타가나를 알더라도 제대로 읽기, 쓰기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저, 아주 간단한 단어나 문장 등을 통째로 외워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나의 일본 생활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나는 앞으로 몇 년 안에 조금이라도 편하게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앞서 걱정부터 든다. 한국사람인데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부럽다. 그리고 나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다 못해, 솔직히 어느 정도 체념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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