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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활의 기록 ④ 신과의 만남

나는 딱히 신을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는다. 신이 있다고 해도 인간에게 그렇게 호의적이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때론, 영적인 존재가 인간에게 해가 될 때, 우리는 그들을 '귀신'이라 부른다. 허나, 나는 영적인 존재를 믿고 그들이 내 주변에 있다는 것을 느낀다. 어차피 이러한 존재는 누구에게 증명할 필요도 없고, 증명한다고 한들 달라지는 것도 없다. 그저 내가 느끼고, 그들에게 가끔 도움을 받으며 존재의 정의를 찾으려 노력하는 것 뿐이다.

나는 그들이 인격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때때로 인간의 상상력을 통해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들이 내게 말을 건네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어렵거나 힘든 상황에서 도저히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기적같은 일이 벌어질 때도 있는 것이다. 일본에 오기 이전부터 오히려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했다.

일본에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진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신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참배를 한다. 그리고 부적을 구매해서 간직하거나 신사에 걸어두곤 한다. 내 인생을 신에게 위탁하고 싶진 않다. 다만, 인간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고 인간의 염원은 더 나아가 꼭 이뤄졌으면 하는 것을 바라기에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것이다.

 

▲ 일본에서 중요한 이나리 여우(稲荷神)

정말 많은 신사에 다녀왔었다. 여행지를 가면 그곳에 꼭 신사가 있었다. 집 앞을 산책하면서 둘러보기만 해도 신사가 많이 있다. 일본에는 정말 다양한 신들이 있고 모두 존중받는다. 일본의 신앙은 자신의 마음 속에 신을 모시고 산다.

 

귀신의 존재

귀신은 나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다. 혹은 장난이 많아 나를 깜짝깜짝 놀래키곤 한다. 다만, 내가 영적인 기운을 다소 느끼고 그렇게 위협적인 존재로 생각하지 않다보니, 그들도 나를 특별히 괴롭히거나 하려고 하진 않는다. 아니, 오히려 내게 의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니 말이다.

나는 귀신이라는 것이 인간의 상상이 만든 존재라 생각한다. 오히려, 영적인 존재, 혹은 영혼이 만약 존재한다면 그들이 인간처럼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고, 인간의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까 궁금해진다.

▲ 교토

한국에서도 종종 절에 가곤 했었지만, 개인적인 바람이 있어 기도하러 갔을 뿐 마음 속에 신을 모시고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마치 내가 신을 만나기 위해 방문했던 것과는 달리, 일본에서 지낼 때는 신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신의 존재, 혹은 영혼의 존재, 그리고 귀신과의 대화 속에서 내 수명이 다하게 될 땐, 그들을 마주할 수 있게될까.

귀신은 사람이 죽은 뒤에 남는다는 넋이다. 살고 싶었던 사람들이 찾아온다면, 무슨 말을 건네줘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