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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활의 기록 ③ 여행

일본 생활을 하면서 종종 여행을 다녔다. 오사카에서 비교적 가까운 교토로 여행을 몇 번 갔는데, 정말 관광 인프라가 잘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한국보다 인구도 많고 땅도 넓다 보니까 계속해서 발전하고 자본이 집중되는 것 같다. 오사카도 정말 큰데, 교토도 볼거리가 많아 아직 못 가본 여행지가 많다.

사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겉으로는 여행을 싫어하거나 귀찮은 척 했었겠지만, 나는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을 가는 것은 돈도, 시간도 필요하다. 내겐 이 두 가지가 넉넉하지 못하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돈 쓸 곳은 많아질 텐데, 여행은 사치라는 생각이 들면서 따로 여행 계획을 세우진 않았던 것이다.

 

▲ 일본, 교토

그래도, 조금 일본을 돌아다닐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몇 군데를 직접 다녀왔다. 교토 뿐만 아니라, 후쿠오카도 다녀왔다. 생전 처음 보는 곳에 가서 그곳에서 유명한 음식도 맛보고 다양한 문화도 경험하면서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나는 어떻게 살았길래, 아는 것이 없을까.

내가 지나가지 않은 세상은 너무나 많고 내가 모르는 것은 전부였다. 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은 기회지만,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멋진 자연과 건축물을 보고 이곳에 놀러 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엿보면서, 내 존재란 뭘까 생각하게 된다. 보잘것없고, 나약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여행을 오니까 기분은 좋은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면 오묘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 비슷해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개성을 지녔다.

같은 인간이지만, 전혀 다른 인생

나는 부끄러웠다. 내가 아는 것이 없기에, 그리고 부끄러운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이 들었기에 말이다. 분명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망각하다가 꼭 여행 등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면 무언가를 자각하고 깨닫게 된다. 여행이란 오묘하다. 그러면서도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게 되면 어느새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또다시 잊어버리곤 한다.

그래서 잊지 않고 나 스스로를 개발시키기 위해 그때의 순간을 상상하며 글로 적어놓는 것이다. 단순히 즐길 수 없는 인생이기에, 잊지 않고 더 나아가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한다는 것

아직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많다. 나는 분명 무언가를 배웠다. 그리고, 다음 여행을 가게 되는 날에는 지금보다 훨씬 발전한 상태로 여행을 가고 싶다. 멈춰버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나아가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 같다. 단순히, 자기연민에 빠졌다거나 하는 마음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객관화에 가깝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보잘 것 없고, 여전히 부족하고, 여전히 모르는 것이 투성이다. 그래서 어색하고, 실수하고, 잘 못하는 것이다. 그걸 알아야지만 내가 필요한 것을 채울 수 있다. 나는 많은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