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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최상위 포식자 담비

담비

식육목 족제비과에 속하는 동물. 족제비와 상당히 비슷하게 생겼지만 족제비에 비해 귀가 다소 작은데다 뾰족하고 덩치는 2~3배 가량 더 크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담비

한반도에는 노란목도리담비(Yellow-throated marten, Martes flavigula 대륙목도리담비 라고도 부름), 검은담비(M. zibellina)등이 서식하고 있다. 현재 한반도 중남부에는 노란목도리담비만 서식한다. 노란목도리담비는 중대형 육식동물이 사라진 한국에서 수리부엉이, 검독수리 다음 가는 최상위 육식동물로 군림하고 있다. 덩치가 제법 있는지라 오소리나 수달도 잘 못잡는 고양이도 쉽게 몰아서 사냥하며 행동반경도 넓어 초식동물 개체수 관리도 하는 모양.

집단활동을 하는 담비

노란목도리담비는 2~6마리 정도의 작은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며 덩치가 더 큰 고라니, 노루, 사슴, 산양, 멧돼지의 아성체나 새끼까지는 무리없이 사냥할 수 있다. 이들의 성체를 자주 사냥한다는 오해가 있는데 체급 차이가 너무 커서 매우 힘들다. 사냥당한 고라니 사진이 올라와 경악을 산 적이 있다. 옛날 한국 속담에도 "범 잡아먹는 담비" 라는 속담도 있을 정도. 곤충도 잡아먹는데, 다른 곤충은 거의 안 먹고 말벌만 먹어서 양봉 농가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최근 들어 담비가 등검은말벌의 천적임이 확인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멸종위기야생동물

2016년 2월 23일 경남 함양군청은 지리산 자락 한 야산에서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으로 분류된 노란목도리담비가 카메라에 잡혔다고 밝혔다. 2018년 담양에서는 길고양이를 사냥하는 노란목도리담비가 목격됐다. 2020년 상주 속리산에서도 담비가 카메라에 목격되었다. 최근 담비가 목격되는 산 근처 민가가 늘고있다. 멸종위기종인 담비가 늘어나는 것은 한국의 자연 생태계가 정상화 되어간다는 좋은 징조이다.

모피로 사용되는 담비

털이 부드러워 세계 각국에서 모피로 많이 이용되었다. 중세 시대에는 담비 모피는 귀족들이 애용하는 상급 모피였고, 흰담비는 그 가치가 어마어마한 수준이어서 애완동물로도 키워졌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귀족 여성을 모델로 그린 흰 담비를 안은 귀부인에 등장하는 담비도 흰담비다.

역사 속의 담비

아시아에서도 무척이나 인기 있던 모피였는데, 특히 말갈과 여진족의 특산물로 검은담비 가죽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들의 담비가죽(貂皮)을 고구려가 사다가 외국 상인들에게 중개 무역을 했으니 한국사에서도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짐승. 발해와 중앙아시아 사이의 교역로를 '담비의 길'이라고 부르는 학자도 있다. 일본에서 발해의 담비 가죽이 인기가 높아 한 왕족이 과시하기 위해 한여름에 발해산 담비 가죽 옷을 8벌이나 껴입은 사례가 있을 정도였다.

반려동물로 키우기도 하고 길들인 후 사냥에 써먹기도 했다. 토끼굴의 입구에 그물을 쳐 놓고 담비를 들여보내면 토끼가 도망가다 걸리는 것.

조선 중기 권신 윤원형이 매관매직에 열중하던 때, 한 무관이 벼슬자리에 대한 보답으로 큼지막한 화살통 하나를 바쳤다. 처음에는 달랑 화살통만 바친 것이 괘씸해 창고에 처박아 놓았는데 어느 날 그 무관이 윤원형을 찾아와 화살통을 열어 내용물을 보여 주었다. 알고 보니 화살통 안에 귀한 담비 가죽이 수백 장 들어 있었고 그제서야 무관의 정성(?)을 안 윤원형이 감동받아 그 무관의 벼슬을 더 올려주었다는 이야기. 이외에도 조선 시대 야사에는 뇌물로 담비 가죽을 썼다는 얘기가 적잖이 나온다.

칭기즈 칸은 아버지의 유품인 검은 담비 가죽외투를 옹 칸에게 선물했었다는 기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