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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을 프로그래밍하다.

사실 예전에는 글을 쓰는 것도 일이라고 생각했다. 프로그래밍은 더욱 더 나에겐 난제였다.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포인트를 잡지못했던 것이다. 조금 알 것 같으면 또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 그 문제를 푸는데 며칠, 몇 달이 걸리곤 했다. 지금도 이렇게 끌고온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테스트하기까지 거의 일년이 걸렸다. 일년동안에 그래도 많은 수익을 얻기는 했지만, 그때와 비교해서 나는 많은 것을 잃었다.

마냥 잃었다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아까운 것이, 그러면서 또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내가 이전에는 다가가지 못했던 전문영역에 질문을 던지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되었으려나 싶다. 그래서 할 말이 많다. 그런 이야기를 여기에다가 풀어놓기에도 애매한 것이 너무도 많고, 그 한 줄의 코드를 완벽하게 짜기 위해서 몇 십번이고 테스트를 하고 또 다른 문제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에만 며칠 몇 달을 투자했던 것이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이런 정보나 아이디어도 남에게 주는 것이 아깝고 혼자 알고 있고 싶지만, 그래도 가족, 절친한 친구에게는 오픈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어쩌면 착해빠졌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만들어진 것을, 어느정도 완성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 나는 그 오랜 시간을 투자했는데도 나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많지 않았다는 것을 내게 전해진 영수증을 보고 뼈저리게 깨닫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렇게 프로그래밍을 하면서도 이 기술들이, 정보들이 순전히 나의 자산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의 일을 할 때는 내가 직접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 비용을 지불해야하지만, 나는 시간만 투자하면 뚝딱 하고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이 앞으로 내가 무언가를 할 때, 그래서 나를 위한 투자라고 할 때 가장 가치있게 빛날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이 모든 과정이 다른 사람을 위함이 아닌 내 자신을 위한 것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빛나는 결과물을 선뜻 다른 사람에게 내준 것이다. 그래서, 그래서 나는 조금 미련하다.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고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결코 질문을 던져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들에겐 자산이기 때문이다. 나도 그것을 알고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뭔가를 물어보거나 하지 않는다. 뭔가가 궁금하면, 그저 내공을 교환하는 네이버지식인에다가 조금 물어봐두고, 실마리를 찾으면 직접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그 실체를 파악하려고 한다. 이 모든 과정이 하나의 알고리즘처럼 짜여져, 내 자신이 프로그래밍 같다. 모르면 물어보고, 알면, 또 물어보고, 다시 일을 하다가 또 물어보고, 그러다가 또 물어보고, 계속 물어봄의 연속이다.

그래서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것은 에스크일 것이다. 연속 된 질문에 나는 내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점점 인지한다. 그래서 조금은 불안해지는 것도 있다. 아무리 배운들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고, 더 잘 배운 사람들이 많고 있기 때문에 나의 지식이나 기술, 정보들이 순전히 나의 것이라고 표현하기에도 애매하다. 다른 사람들도 얼마든지 잘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나만의 것을 가져야할까, 수요가 없는데 나만의 것을 가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만의 것을 가지기보다는 모두가 원하는 것에 내가 조금은 나눠같는 형태가 실질적으로 내가 제일 많이 가져가는 형태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