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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고 ✈

조금은 독백적인 글이다.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다른 나라에서 나는 어떤 존재가 될까. 어떤 사람이 되고 있을까. 어쩌면, 이미 조금은 체념한 듯 혹은 마음이 불편하게 그렇게 살고 있는 요즘,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더 잘하기 위해 새로운 정보를 찾아보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마치 논문을 쓰듯 자료 정리를 하고 나만의 글로 다시 가공해내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에 가면, 한글보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더 많이 쓰게 될 거고 다시 모르는 것들 투성이가 될 것이다. 유학을 하는 사람들, 한국을 떠나는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비행기를 타고 마음을 비우면, 이제는 새로운 사람으로, 새롭게 인생을 살아간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내 마음이 결코 행복하지 않은 것은 이 모든 것이 묶여있기에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그것이라면 다행스러운 것이 아닐까 싶다.

갑갑 [각주:1]하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서 나는 잉여인간에 불과하다. 한국에서는 워낙 능력이 좋은 사람들도 많고 과연 열심히 한다고 해서 얼마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가장 많이 들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열심히 살려고 매일을 체크하며 노력하고는 있지만,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들도, 오히려 그것에 불만을 갖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일 뿐인데도 말이다.

물론, 내가 다른 나라에 간다고 해서 지금보다 더 나아질거라는 것은 보장할 수 없다. 하지만,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어보이는 이곳에서는 그저 나는 서서히 죽어갈 뿐이다. 한국에서의 삶은 조심해야할 것들이 투성이였다. 짧게 살아온 인생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과연 이곳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숨이막힐 듯한 이 공간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좋은 나라이지만, 내가 있기에는 벅찬 나라

비행기를 타고 떠날 준비는 거의 막바지까지 다다른 것 같다. 비자 신청도 끝냈고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암흑 같은 지금 시기가 끝나고 창문 넘어 빛이 새어들어오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그렇게 사람이 당당하진 못한가보다. 항상 자신감이 있었고 어떤 일이든 잘 해낼 자신이 있었지만, 결국 갇힌 상황이 되었다.

나도, 내가 쓰는 언어와 그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는 생존을 위한 생활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생존과 생활, 그리고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그 모든 사람들에게 응원과 축복을 기도하며, 다른 나라에 가서도 나의 존재가 조금이라도 빛이 나기를 바랄 뿐이다.

행복하게 사는 것은 바라지도 않을테니, 적어도 아무것도 못하고 살아가지는 않고 싶다. 이대로는 산송장이 되버릴 지도 모르겠다.

  1. 좁고 닫힌 공간 속에 있어 꽉 막힌 듯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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