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다. 드디어, 기다리던 가을이 왔다. 날씨가 선선해진다. 오사카의 날씨는 정말 더운데, 영원히 더울 것만 같았던 오사카의 여름도 드디어 간다. 나는 가을이 안 올 줄 알았지, 항상 지치고 더운 여름을 그저 버텨야 할 것 같았다.
사람이 지쳐가면 앞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괜한 날씨탓에 나도 지쳐가고 있었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하지 않고, 그저 지금의 상황이 익숙해지길 바라고, 조금 천천히 갔으면 좋겠고, 쉬어갔으면 좋겠고 하는 바람이 컸다. 아무래도 이곳은 내게 낯설고, 아는 사람도 없고, 아직 언어도 어려워서 조심스럽게 행동하게 되는 것 같다.
가을이 오면 조금 밖에 나가고 싶어진다. 딱히, 연락하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이제 과거의 사람들은 내게 지난 과거일 뿐이다. 지난 인연들에 어떤 아쉬움도 남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나는 모르는 사람들, 잊혀져버리는 기억들, 그리고 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내가 사는 세상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상식이 아니었고, 세상에서 내가 정상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사실 어쩌면 나 혼자만 비정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때론 나는, 사람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사실적 근거를 기반으로 행동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조금씩 납득하고 있는 것이다.
그저, 계절이 바뀌듯이, 조금씩 변해가듯이, 그렇게 변해가는 것이다. 또는 익어가는 것이다. 나는 원래 같은 사람인데, 예전의 열정이 모두 식어 차가워진 것처럼, 나는 그렇게 되고 있는 것이다.
죽음과 이별
어떤 생명의 죽음은 영원한 이별을 이야기한다. 아직은 이르지만, 내게도 조금씩 이별을 이야기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별은 새로운 시작이라는데, 오히려 영원한 죽음처럼 느껴진다. 주변 사람들도 서서히 정리되고, 사라져가고, 그러면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지만, 한국에 남아있는 많은 사람들, 내가 키우던 강아지도 내 소식을 궁금해하진 않을까, 아직까지 건강하게 잘 있을까 싶으면서도, 나는 도대체 어떻게 된 사람일까 때론 자책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 저런 사람들 다 잘 사는데, 나란 사람은 왜 이렇게 스스로 원망을 많이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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