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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상태

2020. 9. 27. 00:38

소강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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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사실 일도 열심히 안 하고 있다. 일이 들어오면 하긴 하는데, 예전만큼 뭔가 열정으로 가득해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일들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생각에 골똘히 잠기는 경우가 적어져 뭔가 생각들이 허공에 떠다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바로 요즘 내 상태가 그러하다. 뭔가 자료들을 잘 정리해놓는다고 생각을 하긴 하는데, 자료가 어딨는지 떠올려보면 제대로 못 찾을 때도 많고 한 번에 쉽게 구분되도록 정리해둔 것도 아니라서 조만간 제대로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새로운 사실들을 깨달아서 일단은 그것들에 대해서 집중하고 쉽게 잊지 않도록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환기시키려고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바보같이, 어제는 신라면을 부셔먹다가 너무 매워서 이로 입술 안쪽을 찍어버렸다. 마치 입병에 걸린 것처럼 따끔한 통증이 간혹 생기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뭔가 몸이 자꾸 움츠러드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픈 것은 크게 걱정이 안 되는데, 더욱 중요한 것은 생각조차 마비가 되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다 보니, 점점 내 것들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전에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들을 가졌다면, 지금은 가정을, 가족을, 그리고 다른 무언가를 위해서 보내는 시간도 적지 않다. 그래서, 한 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분명 예전보다 상황은 더 나아졌고, 어떻게 보면 굉장히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해나가고 있는 것 같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는 것이다. 마치 이루지 못한 꿈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타지에서의 시간들

이제는 매일 어떻게 시간이 흘러가는지 제대로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 날짜를 가끔 까먹기도 하고, 뭐랄까, 사실은 타지에 와서 처음에는 조금 외로웠다가 이내 다시 귀찮게 된 것이다. 사람들과 완전히 연락을 끊거나 대인관계를 거부하는 것은 아닌데, 그저 귀찮은 것이 크다. 어차피 사람들이 내게 많은 관심을 줄리 없으니, 나도 크게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귀찮은 일이 생길일이 없다.

완전한 평화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타지에서도 분명 내가 사람들과 어울릴 방법들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굳이 지역에 구애받지 않더라도 온라인에서도 사람들과 사귀는 방법들을 찾을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렇듯, 온라인에서의 인간관계는 깃털보다 가벼워 굳이 헛수고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반대로,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천천히, 조용히, 그리고 깊게 관계를 이어간다. 오히려, 온라인과는 다르게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만나고 싶으면 먼저 다가갈 수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을 표현할 수도 있고,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집 근처의 상점에 가서 기념품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을 만나도 가족만큼 사랑스럽지도, 아끼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도 않을 것이다.

아마도 당분간은, 내가 노력하든 안 하든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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