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체크포인트
보통 디자이너 혹은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아 작업하는 사람들의 경우, 디자인 작업을 할 때 머릿속에서 그려진 과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클라이언트는 디자인을 '간단한 작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디자이너는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으로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 클라이언트의 경우에는 그저 자신의 사업에 '준비물' 하나를 준비하는 것뿐이다.
이러한 시각차를 좁히는 것이 올바른 협의를 위한 발걸음이 된다.
내가 프로라고 하더라도 클라이언트가 일을 대강대강 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비전문가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는 무수히 많은 클라이언트의 작업을 받아오면서 별의별 요구를 받지만, 클라이언트의 경우에는 "간단한 거 몇 개만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디자이너가 생각하고 있던 일련의 작업 과정들이 깨져버린다. 원칙과 규격을 내세우면 클라이언트는 튕겨져 나가 버린다는 것이다. 돈 한 푼이 아쉬운 디자이너들은 그렇게 열정 페이의 굴레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기껏 부대비용이 들어봤자 컴퓨터 전기세가 대부분인 디자이너들의 작업실에선 마감의 압박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클라이언트였던 적도 있고, 디자이너였던 적도 있었던 나에게는 '디자인 작업'이 얼마나 고역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디자이너가 열정 페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고, 실력에 따라서 작업비용도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즉, 디자이너들은 실력에 따라서 받는 보수는 범위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디자이너의 자부심
솔직히 말해서, 디자이너의 자부심을 클라이언트가 관심 가질 필요는 없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그저 내 의뢰만 확실하게 해줬으면 하는 것이 중요하다. 놀면서 작업하든, 밤을 새워 작업하든 중요하지 않다. 결과물만 제대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디자이너를 압박하는 행동으로 다가온다.
대부분의 실무경험이 부족한 디자이너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생각보다 디자인 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디자인 의뢰를 받으면서 정말 다양한 요청을 받는데, 보통 컴퓨터로 디자인 작업을 한다고 하면 어떤 것을 떠올리는가? 정말 다양한 디자인 작업들이 있다.
누구는 웹디자인을 전문적으로 할 것이고, 웹디자인도 웹 이미지를 작업하는지, 웹사이트 프런트 엔드 부분을 작업하는지, 아니면 서버 사이드 부분까지 케어할 수 있는지도 매우 다르고 3D 아트윅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회사소개서나 제안서 작업에 능통한 사람도 있다. 포토샵 작업이 용이하면 부분 편집이나 보정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고, 블로그 등의 이미지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사용하는 툴도 다양해서 광범위한 디자인 실력과 경험이 중요한 것이다.
이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전문 분야는 이런데, 클라이언트의 요구는 매번 다르다. 그것은 사업 초기에 필요한 준비물이 다르다는 것이다. 사업 초기에는 사업을 위해 회사소개서도 제작해야 하고, 투자제안서나 협업 제안서 등도 제작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명함을 제작하기 위해 명함 디자인을 제작하거나 자신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알리기 위해 홈페이지나 앱 등의 제작도 해야 한다.
이처럼, 사업에 있어서 디자인은 필수불가결의 요소라는 것이다. 오히려, 대학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사람보다 다양한 실무경험을 통해 실력을 쌓은 독학 디자이너가 훨씬 더 다재다능한 경험이 많다. 그리고 그 결과 클라이언트가 만족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디자이너의 열정 페이, 얼마를 받아야 할까.
누구나 일한 만큼 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가치를 누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같은 디자이너끼리도 실력 차이가 많이 난다. 누구는 몇 시간 동안 해야 하는 작업을, 어떤 디자이너는 단 몇 분만에 작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클라이언트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에게 맡기고 싶어 한다. 이왕이면 '저렴하고 완벽하게' 말이다. 이렇게 디자이너들과 클라이언트와의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를 하다 보면 그 중간에서 적절한 금액이 나온다.
클라이언트는 보통 사업하는 사람들이 많고, 대개 금액을 깎고 싶어 한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절대로 금액을 깎아서는 안된다. 경험으로 도출된 그 이유를 말해본다.
- 디자인의 가치는 작업 과정이 아니라, 결과물이다.
얼마나 열심히 디자인을 했는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사람이 만든 작업물의 가치가 중요한 것이다. 상업적 용도의 디자인의 경우에는 이미 디자인 시장에 형성된 금액이 있다. 그 금액에 ±로 자신의 디자인 값을 매기면 된다.
- 디자인은 공산품이 아니다.
다자이너는 의뢰를 받아 그 사람의 요구에 맞게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당연히 작업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정해진 툴이 있는 것도 아니다. 미용실에서의 "알아서 해주세요."보다 훨씬 까다로운 작업일 수밖에 없다.
- 디자인은 실력(브랜드 이미지)에 따라 금액을 받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디자인 작업을 맡아서 하면서 자신의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없다면, 그건 형편없는 디자이너일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면 포트폴리오 등을 착실히 준비하면서 대형 프로젝트 작업을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
- 예술가와 디자이너는 한 끗 차이
종이에 붓으로 점을 하나 찍어놓고 몇 십억에 팔리면 배가 아픈가. 이름값은 세상에서 정말 중요하다. 특히, 무형의 가치일수록 더욱 그렇다. 자신의 가치를 만들기 위한 전략과 내공이 필요한 법이다. 잘 이해가 안 갈 것이다. 원래 비싼 것은 보이지 않는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이다.
디자인 프리미엄
클라이언트의 모든 의뢰를 받을 필요는 없다. 자신의 실력이 좋고 포트폴리오가 많다면 디자인 작업비용은 저절로 올라갈 것이다. 마땅히 그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물론, 디자이너도 널렸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말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은 귀하다는 것이다. 어떤 직업군이든 마찬가지로, 실력 있는 사람들은 한눈에 알아본다.
나 역시도 디자인 작업을 의뢰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지만 정말 실력있는 디자이너의 작품을 보면, 얼마를 지불하더라도 내 디자인 의뢰를 맡고 싶어 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다.
요즘엔 컴퓨터가 그림을 더 잘그린다. 디자인을 하기 위한 툴도 상당히 많고, 재활용되는 디자인도 많다. 디자이너는 단순히 손그림 실력뿐만 아니라, 디자인 안목을 키우고 사람의 심리에 능통하며, 사람을 어떻게 매료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력적인가? 그러면 돈을 지불할 것이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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