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 웹디자이너
웹디자이너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기 전에 사람마다 일의 성향이 다르고 목적이 다르다는 것을 먼저 인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살아온 과정조차도 직업의 우호도를 결정짓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가 된다. 나는 웹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모든 교육을 유튜브와 블로그로 했다. 포토샵도 할 줄 몰랐을 때도 학원의 도움을 받으면 더 빨리 공부가 될까 싶었지만, 오히려 학원에 체험형태로 일주일 정도 다녀본 결과 복습이 예습을 따라가지 못했다.
어제 봤던 디자인 툴 영상이 학원의 일주일 분량보다 훨씬 많은 것이었다. 그런 과정들이 너무 많아서, 학원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분명 그런 것은 있을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숙달된 교육과정과 정규화된 커리큘럼들은 이미 많은 곳에서 선호되는 것들이었고, 나는 애초에 그러한 정보들을 접할 방법이 없으니 공부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디자인이나 프로그래밍 관련해서는 용어에 대한 개념도 매우 헷갈리고 인지하기가 어렵다. 왜 이러한 어려움을 토로하냐면, 애초에 그런 용어들을 쓰는 사람들이 쉽게 풀이 설명을 해주는 경우가 잘 없고 관련 업계에 종사하지 않는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수학 문제 같은 내용들이다.
예를 들어, 일러스트 툴에서 문자나 이모티콘, 아이콘 등을 사용할 때, 글리프로 쉽게 구현할 수 있는데, 이 글리프라는 용어 자체를 모른다면 이 과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처음 디자인 일을 배우는 사람이 보면 정말 암호 해독하는 기분일 것이다. 1
물론, 이것이 디자인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웹 프로그래밍 부분에서도 백엔드와 프런트엔드 부분도 아무래도 영어에서 발음 그대로 불리는 용어들이 많아 하나하나 용어를 검색해보면서 내용을 이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서버 부분도 마찬가지고, 처음에는 라이브러리나 API도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도 웹 개발자들이 "라이브러리로 편하게 만드세요."라는 말을 할 때마다, 나는 결코 편하지 않았음을 그들이 알까.
이러한 고충은 어떤 직업군에서도 다 비슷하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부동산 업계나 다른 것들은 실생활에 자주 사용되는 용어들도 많고 대략적으로 추측이 가능해 진입장벽이 낮게 느껴지지만, 웹디자인 쪽은 하나를 알면, 새로운 것을 열 개는 알아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매일매일 공부해야 하는데, 막상 작업하는 것에도 굉장히 많은 소요시간이 드는 것이다.
1. 웹디자이너는 천재들이 많다.
나를 가장 좌절시킨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너무나도 천재들이 많다. 다른 사람들의 포트폴리오를 밤새 참고해도 알아야 할 것들이 이렇게 많고 배워야 할 부분이 너무나도 많아 나는 절대 그들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해왔던 일들 중에서 그래도 열심히 하면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 같은 일이 있다면, 웹디자인은 결코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말 그대로 천재들이 너무 많다. 웹엔 정말 많은 것들을 그릴 수 있다. 2D에서 3D까지, 처음엔 붓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그다음엔 웹 프로그래밍으로 그림을 그리고, 이젠 모션 디렉터까지 사용한다. 마치, 점, 선, 면이 되는 것이다. 천재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그 용어들을 모두 이해하고, 그 과정들을 숙달하며 그러한 것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또 많고, 정말 많은 툴이 있으며, 많은 개념들을 알아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웹디자인을 그렇게 즐겁게 하지도 않았고, 딱 필요한 만큼만 해왔으므로 내겐 커다란 벽처럼 느껴지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2. 웹디자이너의 수입(얼마나 벌 수 있을까?)
웹디자이너의 수입은 얼마일까? 안 하면 0원, 잘하면 1천만 원 이상, 평균 150~300?
웹디자이너에 따라서 하기 나름이다. 나는 회사에 소속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면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이 얼마나 많을까 열심히 하면 벌 수 있는 직업은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사람이 그렇게 부지런하지 않고 또 생각보다 게을러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적어도 내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보단 많은 시간을 썼다고 말할 순 있겠다. 다만, 노력이나 엘리트 집단에서의 업무 환경 등에서는 상당히 비효율적이었을 것이다.
웹디자이너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클라이언트가 존재해야만 한다. 하지만, 나와 같이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겐 클라이언트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가지 홍보방법이 존재한다. 자신이 실력만 있다면 비핸스에 포트폴리오만 올려도 많은 연락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세상에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즉, 애석하게도 클라이언트가 내게 일을 맡기는 중요한 포인트는 저렴한 의뢰 비용과 뛰어난 디자이너를 찾는 소요시간(기회비용) 일 것이다.
내가 디자인을 잘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디자이너를 찾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또한, 정보의 부재나 비용 측면에서도 가성비가 좋은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웹디자이너를 제품으로 비유하면 슬픈 말이겠지만, 마치 잘 달리는 자동차와 같다. 안정성과 여러 가지 측면에서도 좋지만 가격이 비싼 세단 고급차와 보험비나 주차비용, 관리비용이 저렴한 경차와 비교하면 얼핏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3. 비효율적인 작업시간
프리랜서 웹디자이너들은 아마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경험을 모두 한 번씩 해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는 딱 정해진 시간만큼을 채워도 퇴근하면 자신의 시간이 있지만(물론, 야근하는 경우도 많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에겐 그런 것이 없다. 아침에도 일하고, 밤에도 일하고, 새벽에도 일한다.
작업이 완료되었다고 느낄 때쯤, 어김없이 수정 요청이 들어온다. 즉, 업무의 마무리를 내가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결정권은 클라이언트에게 있다. 이것이 매우 힘들고 지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워라밸을 꿈꾸는 사람들에겐 가장 추천하고 싶지 않은 직업이 웹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다.
내가 부동산 업종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 고객분들과의 만남이 일의 중요한 키포인트였고, 그 일도 밤낮으로 운전을 하거나 전화를 하는 등 힘든 경우도 많았지만, 웹디자이너 일을 상상을 초월한다. 마감시간을 지키는 것이 정말 중요하지만, 그에 비해 버는 돈은 터무니없이 적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아무리 올빼미형 체질이라도 결국 클라이언트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낮에 일어나고 있어야만 한다. 그런 측면에서는 완성된 제품을 보내면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개발자가 아주 티끌만큼 업무환경은 낫다고 생각한다. 다만 업무 강도는 개발자를 결코 뛰어넘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개발자는 버그를 잡을 때까지 퇴근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개발자는 유망하고 배우면 배울수록 고급인력이 되어가는 느낌이 들고 내게는 조금 더 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어려운 것은 웹 개발이 더 어렵다고 해도 열심히만 하면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또한, 최근 추세가 IT업계에서 고급인력은 얼마를 주더라도 모셔가려고 하기 때문에 굉장히 귀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어설프게 하느니 안 하느니만 못하다.)
프리랜서 웹디자이너에겐 결국, 자신이 벌고 싶은 만큼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아주 높다. 수면부족은 곧 건강악화로 이어지고, 건강이 악화되면 병원비가 더 많이 나오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는 경우다. 프리랜서 웹디자이너들은 늘 수면부족을 달고 산다고 알고 있다.
4. 웹디자이너의 장점
장점이라고 한다면 주관적인 생각이 들어갈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자기 브랜딩은 확실히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모든 것에서 말이다. 디자인 툴을 기본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되니, 명함부터 웹사이트까지 스스로 제작할 수 있게 된다. 그것도 굉장히 세련되게 말이다. 디자인 툴을 잘 다룰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웹 개발과 영상 툴도 다루는 것이 훨씬 편하게 된다.
즉, 자연스럽게 이쪽 계열로 스며들 수 있다는 말인데, 다만, 이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앞선 것들을 하기도 전에 다른 것들을 접하게 되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는 말이다. 내 상태가 그렇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미적 감각이 생긴다는 것이다. 아주 예민해진다. (그렇다고 자신이 예뻐진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예뻐지기 위해서는 성형외과에 가거나 운동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자신을 가꾸거나 물건을 살 때도 디자인 적인 배치를 신경 쓰거나 색감 등의 조합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몸이 반응하는 것처럼 말이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기본적으로 화이트 배경의 웹 사이트를 제작하거나 편집디자인을 할 때, 화이트 배경이라도 모두 같은 화이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같은 무채색 계열인 그레이톤도 결국 화이트 계열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같은 화이트 계열 만으로도 웹사이트를 굉장히 세련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포인트 칼라만 살짝 넣으면 멋진 사이트가 된다.
예를 들어, 내가 매일 켜놓는 업비트 사이트를 예시로 보면, 차트 부분은 화이트는 #ffffff를 사용했지만 정작 배경은 #e9ecf1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화이트 배경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이 배경 색상 조차도 푸른색 톤이 살짝 들어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쿨톤과 웜톤의 차이)
이렇게 색상에 대해 예민해지고 실생활에서도 컬러의 차이를 눈여겨 보거나 빛의 반사, 광원 효과, 심지어 비 내리는 날에는 물방울에 비친 그림자나 빛의 굴절에 대해 예민해지게 된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컴퓨터로 하는 일에 대한 막대한 장점이다. 무엇보다도 요즘같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거나, 코로나 때문에 출근을 할 수 없을 땐 재택근무만큼 좋은 것이 없다. 내가 언제든지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회사에 시간에 맞춰 출근할 필요는 없다.) 물론, 일어나는 시간은 자유지만, 자는 시간은 일을 끝내기 전까진 잘 수 없다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컴퓨터로 일을 하는 것들 중 하나가 경비가 안 든다는 점인데, 그나마 전기세 정도가 들 것이고 소프트웨어 갱신 비용이나 라이선스 취득 비용이 들 것이다. 아니면, 보다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폰트 라이선스 비용 정도가 들겠다. 어쨌거나 소득과 수입이 비슷하다는 점인데(소득 = 수입금액 - 경비, 이 때문에 부담 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웹디자이너의 단점은 바로 위의 주제에서 충분히 말한 것 같다. 어떤 직업이 든 간에 장단점이 있는 법이다.
5. 마무리
웹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일을 하면서도 종종 느꼈지만, 최근에 그러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결정적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 상대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되었다.
각종 소매업부터 부동산 관련 일을 하면서도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굉장히 안타깝고 슬픈 것이 가난한 사람일수록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말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슬픈 현실이고, 돈이 많은 사람들은 마음에 여유가 많아 말투에서도 그것이 드러나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마음까지 가난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자일수록 욕심이 많고 윤리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반대로, 만약 웹디자이너라도 대기업에 채용되거나 그나마 대기업 등에서의 프로젝트 일을 한다면 업무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웹디자이너들은 때론 웹 개발을 해야 하고, 때론 명함도 제작해야 하고 때론 웹 배너부터 프로모션 디자인, 광고용 랜딩페이지, 상품 모델링부터 별의별 게 작업을 해야 한다.
여러가지 이유로 나는 웹디자이너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더 이상 다른 의뢰도 받지 않을 것이고, 기존에 작업했던 클라이언트의 일만 종종 하는 형태로 일을 하기로 했다. 이제 다른 사람을 위한 작품이 아니라, 나를 위한 작품을 만들고 내가 필요한 디자인을 제작하고자 한다.
- 정보 기술에서 문자의 모양이나 형태를 나타내는 그래픽 기호. 부호화한 문자를 그림으로 나타낸 영문자나 숫자의 글자체 혹은 기타 기호를 말하며, 문자는 뜻이나 소리가 있으나 글리프는 본래의 뜻이 없고 형태로 식별한다. 글리프를 사용하여 문자를 표시할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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