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구석 디자이너이면서 또 마케터이기도 하다. 가끔 웹프로그래밍도 하고 있기는 한데, 요즘은 사실 갈팡질팡한다. 그래도 돈은 버니까 먹고 살 수는 있다. 나에게 과분할 만큼 그래도 어느정도 수입이 있으니까 괜찮지만, 나는 그것보다 뭔가를 더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일은 사실 만족스럽지 않다. 먹고 살기 위해서 억지로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일이라는 것이 거의 대부분 그렇다지만, 그래도 이왕 일하는거 재밌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무언가 있지 않을까 항상 생각한다.
오늘은 비가 내렸다. 오랜만의 봄비다. 아니, 저번에 비가 내리긴 했으니까 봄비라고 하면 안될까 싶기도 한데, 그때는 날씨가 꽤 추워서 봄비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랬고 오늘은 날씨가 따뜻한데 비도 내렸으니, 오늘이 첫 봄비일 것이다. 내게는 그랬다. 방구석 디자이너는 오늘도 간단하게 뭔가를 디자인한다. 다른 사람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광고디자인, 상업디자인이다. 필요한 홍보이미지들을 제작해주고 그에 대한 댓가를 받는다.
방구석디자이너는 뭔가에 겁이 먹었다. 내가 잘 못하는 것에, 시간에 쫓기는 것에 두려워 했던 것이다. 굳이 두려워 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꼭 잘할 필요 없고, 완벽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이 많이 있으니까 그 경험을 살려 어느정도 기준만 맞추면 되는데 말이다. 그래서 애초부터 시작도 못했던 일들이 가득하다고 생각한다. 내 잘못, 내 시간낭비인 것은 틀림이 없었다. 더 잘할 수 있었고,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을 알고 있을텐데, 왜 진작에 하지 못했을까, 이렇게 글을 쓰는 것처럼 일단 글을 쓸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머릿 속에서 항상 생각했던 무수히 많은 가능성의 세계, 그리고 그것을 그려내는 것이 다소 유치할 지는 모르겠지만 간단한 소설이라도 써보고 싶었다.
필모그래피
어떤 인물이, 어떤 사람이 성장해나가는 스토리, 그리고 다양한 일에 휘말리고 끝끝내 이겨내는 모습의 소설들을 많이 써보고 싶었다. 그려내고 싶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캐릭터 하나라도 그려보는 것에 꽤 소소한 즐거움을 느꼈는데 말이다. 방구석 디자이너는 오늘도 뭔가를 상상하고, 만들어보고, 그려보고, 또 실험해본다. 때로는 과학일기도 재밌을 거고, 세상의 다양한 일들을 그림으로, 글로 풀어내는 것도 꽤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하나하나의 작은 작품이 모여, 나라는 개인에게도 하나의 필모그래피가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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