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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미술, 언어, 그리고 컴퓨팅

왜 그때 예술을 그만둔다고 했을까, 결국 돈이 문제였을 것이다. 그래서 헛되이 보낸 시간을 후회하며 지금이라도 그 후회를 만회하고자 열심히 살고 있다. 아니,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일까, 그저 나름대로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방법을 찾고, 지식을 찾고, 지식을 재가공하고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고, 기술을 익히고, 음악을 노래하고, 음악을 만들고, 그림도 그리고,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장비를 찾고 컴퓨터 언어를 배우고, 웹페이지 위에 또 다른 그림과 지식을 적는다. 그렇게 하다 보면 종종 나를 믿고 일을 주는 사람들도 있고 일을 만들어가기도 한다.

기획과 생각, 생각과 기획, 설계와 예술, 예술과 설계들이 머릿속에서 헤엄치고 있을 때, 나는 그럴듯한 싱싱한 생각을 잡아 글로 적어내고 그것이 스크린 상에서 누군가에게 보이게 만든다. 그렇게 만든 것들은 작품이라고 하기엔 그저 하나의 생각을 담고 있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나는 경험이 없다.

내가 가진 생명과 숨과, 나이와 그리고 건강까지도 그러한 에너지들이 소멸될 때까지 나는 어느 정도까지 이룰 수 있을까, 머리가 나쁜 사람은 노력의 한계가 있는 법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걸 할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이 너무 싫다. 나는 뭔가 잘하고 싶다가도 스스로 몸이 피곤해 도중에 지쳐버려 잠에 빠지는 모습이 끔찍이도 싫다. 버티고 싶고, 어떻게든 할 수 있을 때까지 다 하고 싶다가도 몸이 무너지는 순간, 정신의 플러그는 끊어지는 것이다. 끊겨버리는 것이다.

예술의 세계에서 내 이름은 남을리 없고 컴퓨터 언어도 그저 잠깐 스쳐가는 지식일 뿐이다. 그저 알고리즘의 순간들일뿐이다. 컴퓨터가 작성하는 언어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고, 그 알고리즘을 모두 헤아릴 수 없어 내가 쓰는 것들은 그저 허무맹랑한 환상일 뿐이다. 그저 데이터 조각으로 남아 그렇게 삭제되어 버린다.

초기화 버튼 하나면 끝나갈 인생이라도, 우주의 시간에 찰나를 장식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기억으로 남을까 의식으로 남을까 나는 그것의 존재에 대해 항상 궁금해했다. 그러한 에너지들은 인간이기에 무엇으로 남아, 어디로 가는 것일까. 행선지를 모르는 내게, 답답함은 영원한 숙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