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나는 경력이 없는 경력자다. 가진 것도 없고, 잘하는 것도 많지 않고 그렇게 부지런한 성격도 아니다. 그나마 내세울 것이라곤 예전에는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끈기가, 지금은 누구보다도 끈기있고 독한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보다 잘난 점은 하나도 없다. 어중간한 외모에, 키도 그렇게 크지도 않고 특별히 손재주가 좋지도 않다.
돈이 많지도 않았고 재능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단 하나라도 그럴듯한 재능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무얼 하든 평균이 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었다. 때론 이런 내가 싫다며, 말하지 못한 자괴감들에 답답함에 갇히기를 몇 번이나… 그러다가 경력을 쌓아야 겠다고 생각할 때 즈음, 나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이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버린 것이다. 그런 부끄러운 생각으로 해외로 눈을 돌려 도피 아닌 도피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을 떠나면 내가 조금 더 괜찮은 인생을 살아가게 될까,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언어 속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배워야한다. 그런 마음으로, 해외에서는 내가 조금 더 인간다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될까.
보이지 않는 마음들, 투명하지 않은 소리들이 소음처럼 들려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이력서는 몇 줄이 넘어가는데, 내 이력서에 몇 줄 적는 것이 그렇게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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