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프레임이 마음에 들지 않아.
갇힌 틀, 갇혀버린 내 모습에서 너무 느릿느릿하게, 아니, 뭔가 맞지 않아서 자꾸만 어긋나서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그러니까, 그러다보니까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당연히 퍼즐이 맞지 않으니까 그림이 자꾸 이상해지는 것이다.
여기에 갈 것을 저기에 보내야 하고, 내가 생각한대로 되지 않는 것은 뭐가 문제일까 곰곰하게 생각해봐도 때론 너무나도 막연한 순간들이 많아질 뿐, 그러다가 떄로는 음악의 힘을 빌려 마음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기분으로 글도 쓰고 생각도 하고 그러는 것 같다.
그림을 그리지 않은 시간이 너무 오래됐다. 그래도 어릴 때는 꽤 그림도 잘 그렸는데, 현실을 살아간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머릿 속에서만 그림을 그리고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로 상업용 디자인만 하고, 그러다보니가 창의적인 생각이라는 단어를 나로부터 아예 지워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돈만 벌려고 태어난 것도 아닌데, 그 돈도, 그 빚들도 내가 원해서 만든 것이 아니었는데, 꽤 청춘이라고 할 수 있는 나이에 괜한 고생만 하는 것 같아 억울한 마음이 없지않아 있지만, 그래도 이건 다 내 업보라고 생각하고 내가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 뭔가의 힘을 빌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그것으로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다면 그것도 꽤 나쁘진 않은 것 같아. 프레임을 새로 짜보자. 그림을 그려보자.
머릿 속에서 상상만 하는 그림이 아니라,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내 그림을 평가하고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드는지 어떤 이미지를 전달해줄 수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해보자, 울고 웃으며, 힘든 시간을 한 번 제대로 보내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프레임
프레임은 오랫동안 나를 괴롭게 했다. 꼭 이 자리에 있어야 하고, 꼭 이게 되어야만 하고, 꼭 이걸 먼저 해야만 하고 이런 것들이 나를 괴롭게 했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는데, 별거 아닌 것들이 내겐 제일 중요한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쓸데없는 고생, 불필요한 노력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한 부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 나름대로 꽤 노력해왔다는 것을 과연 알까, 아니 절대로 모를 것이다.
알 생각도, 알 마음도 없었을테니까 말이다. 아니, 애초부터 내 마음을 알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했고, 어쩌면 그게 진실일지도 모른다. 괜한 마음을 쓰면서 이미지 관리를 위한 멘트가 아닌 나를 향한 진심어린 마음이 더 고맙고, 나도 그것에 보답할 수 있는데 말이다.
지금은 감정어린 마음을, 진심을 전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조금은 슬프다.
카톡만으로는 마음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테지, 친구들과 별거 아닌 이야기로 술집에서 술 한잔 하는 것은 내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사실, 정말 내가 그것을 바라지도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 내가 원했던 것은 앞으로 그렇게 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과거의 어리숙한 내 모습이 때로는 너무나 그리워진다는 것이다. 예전의 모습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프레임과 분위기, 분위기가 바뀔 때 프레임의 형태도 달라진다.
'Library >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택을 위한 시간과 '선택'을 정의하는 운명에 대해서 (0) | 2020.04.19 |
---|---|
경기침체에 대한 세계와 우리나라 (0) | 2020.04.04 |
분석가로 살아가는 것 (1) | 2020.03.02 |
진실은 늘 불편하다. (0) | 2020.03.02 |
다시 처음으로,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0) | 2020.02.28 |
봄, 그리고 춘곤증 (0) | 2020.02.21 |
고인물의 나라, '당신은 뭘 잘하나요?' (0) | 2020.02.16 |
아이코스 그리고 아인슈타인 (0) | 2020.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