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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처

한국을 떠난 지 한 달이 되었다. 한 달이 지나고 나니, 조금 이 생활이 익숙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이 일주일처럼 빠르게 느껴졌다. 한국에서의 인연은 거의 대부분 정리했다. 전화도 쉽게 할 수 없고, 쉽게 만날 수 없고 심지어 한국에 있다고 하더라도 만나는 것이 꺼려지는 사람들과의 관계들은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많이 변했고 더 이상 마음이 남아있지 않았다. 함께 했던 시간들이 아깝게 느껴질 만큼 이제 남은 정도 없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의 나름대로 치열했던 삶을 모두 잊어버리고 싶을 만큼, 이곳에서의 평화로운 생활이 너무나도 만족스럽다. 더 이상 치열하게 살아갈 필요도 없어졌고,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불 필요한 감정을 낭비하며 살아갈 필요가 없어졌다. 이곳에서 재류카드도 나왔고 앞으로 몇 년 동안, 아니 어쩌면 몇십 년을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가끔 해외로 나가기도 하고 국내로 왔다 갔다 하며, 일을 하는 시간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전과는 다르게, 나는 이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려 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지 않을 만큼 바쁘고 정신이 없었던 지난 날과는 다르게, 나는 이제 함께 미래를 이야기하고 모두를 위해 절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살아가 보려 한다. 그렇게 좋아했던 담배도 끊어버리고, 어쩌면 정말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나 인생을 갉아먹는 삶을 살아왔기에, 그것이 얼마나 덧없는지 나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부담없는, 자연스러운, 그런 생활들, 저녁시간이 되면 마을에 정겨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에게 저녁인사를 할 수 있는 삶이 이곳에 있다.